미국에 살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이후에 불어닥친 미국사회의 변화는 그동안 겪었던 그 어떤 것보다 컸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체감된 것은 미국에서 사회적 합의로 여겨졌던 세가지의 가치인 3Rs--정의 (Right), 존중 (Respect), 책임 (Responsibility)--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흔들렸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트럼프가 있었다. '저렇게 거짓말을 하고 저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저렇게 뻔뻔하고, 저렇게 무책임해도 대통령이 되어 세계를 호령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어디있는가?'라는 생각이 사회에 자리잡았다고 보기에, 사상 초유의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라고 볼 수도 있다.
개인적인 인상비평이지만, 언제부턴가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부자되세요'가 사회적 으로 널리 사용되는 덕담이 된 시기 이후 부터, 권력과 부는 사회적 특권으로 암묵적으로 용인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대통령의 비선실세임이 밝혀지고, 그 사람의 자녀라는 사람이 '부자로 태어난 것도 능력이다'라며 소위 니들이 어쩔건데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비록 소수일지 몰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누군가에게는 용인이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한 소수들이 그나마 사회적 눈치를 보면서 행동했던 것이 이제는 아예 눈치를 보지 않게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변화의 조짐이 최근 한국에서 보이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주의나 전체주의,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파시즘'을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개인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런 자유에 뒤따르는 책임을 다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야 하는 것 또한 마땅하다. 그렇기에 법이 강제하지 못하는 영역을 사회적으로 잘 채워 넣는 것이야 말로 그 사회의 방향성과 역량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보는 편이다. 모 시사방송 PD의 말마따마 법이라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인간성이 보조하는 것이 내가 희망하는 사회의 모습이다.
슬프고 인정하기 싫지만 이제 한국은 복잡다양한 인간성 중에서 야성과 본능, 그리고 폭력이 사회적 선으로서 인정받는 사회로 한걸음 더 내닫게 되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거짓말이 당연해지고, 들켜도 권력이 방어해주는 순환구조가 이미 속도를 높여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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