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호소문>
"윤석열 대통령님, 천박하고 비열한 정치를 멈추십시오. 즉각적인 사과와 국무총리 경질, 그것부터 다시 시작하셔야 합니다"
믿기 어려운 참사, 황망했던 주말의 비극 이후 어느 덧 5일이 지났습니다. 그 5일 간 국민들이 목도한 것은 ‘책임’으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정부 주요 관료들의 비열하고 천박한 망언들이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무책임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불편했다면 미안하다’는 식의 안하느니만 못한 사과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오늘까지도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할 때”라며 사과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세월호 수사를 해보셨을 터이니, 잘 아실 겁니다. 국가를 대표하고 정부를 통솔하고, 국민의 안전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는 이가 도대체 누구입니까?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책임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 가치 실행에 최종책임을 지는 이는 누구여야 합니까?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그러한 책임자만을 대통령이라 인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것 아니었습니까?
참사가 벌어지고 난 이후 5일 동안,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어디에 있었냐고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정부 기관의 책임자들, 마치 참사가 벌어지길 기다렸다는 듯이 ‘검수완박’운운하며 조직이기주의적인 발상으로 정쟁을 만드려는 법무부 장관과 그것을 막겠다며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해대는 경찰청장.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비통한 이들과 함께 차분하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도 모자랄 판국에, 언론의 관심을 단 하루라도 더 피해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정부라니, 도대체 어느 국민이 지금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니, 딱 검찰총장처럼 참사에 대해 ‘법령 미비’라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니 그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경찰에게 분노했다는 것을 보고 국민들이 통쾌해하겠습니까? 아니면 어처구니없어 하겠습니까? 도대체 세월호 이후에, 국민의힘은 무엇을 배운 것입니까? 탄핵의 강, 다시 확실히 넘어오겠다는 결심입니까?
윤석열 대통령님, 대통령은 참사를 수습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야할 국가 원수이지, 검찰총장이 아닙니다. 검찰총장처럼 수사지휘하듯 참사를 대한다고해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어느 국민이 책임지는 자가 하나도 없는 국가에 대해서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께 호소드립니다. 국가를 대표해, 책임지고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나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지금과 같은 혼란스러운 방식이 아니라, 정돈된 방식으로 비판받을 것은 비판받고, 지원해야할 것은 지원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하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또한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 잘못을 시정해주십시오.
<‘이태원 참사’ 위로금 2천만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지원> 유가족들이, 피해자들이 과연 저 2000만원과 1500만원이라는 숫자를 그렇게도 궁금해하고 기다렸습니까? 세월호 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진상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요청이 먼저였습니다. 책임지겠다는 이들의 진심어린 사과가 가장 먼저였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피해위로금 액수에 대해 언론에 일체 알리지 않았습니다. 보상액수가 공개되면 피해자가 경험할 사회적 낙인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유가족과 국민들의 울분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천박한 발상을 버리셔야 합니다. 사죄와 경청을 통해 국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 없는 ‘보상금’은 피해자의 상처를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모욕일 뿐입니다. 대통령께서 지금까지의 모욕적인 행정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그 뿐입니까? 희생자라고 칭하지말라, 사망자라고 표현하라. 추모라는 글씨는 안된다, 그냥 ‘검정’리본을 착용해라. 참사라고 부르는 것은 안된다, 사고라고 불러라.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처럼 국민들의 분노는 그냥 모른 척하고, 가능한 방안으로 관리하며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뿐이 아닙니다. 대통령께서는 늘 진상규명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12에 신고된 내역을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되고 있습니까?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에도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며칠 전 폭로된 경찰청 정보보고서는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보고가 된 것입니까? 그러한 보고는 일상적인 경찰의 권한 내의 일이기에, 역시나 불법적이지 않아서 적절한 행정이었습니까?
질문도, 문제제기도, 정부가 허락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추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버리셔야 합니다. 얄팍한 법률적 기교로 책임공방을 떠넘기다가, 구조적 차원의 문제를 도외시하려는 태도도 버리셔야 합니다. 이미 지난했던, 그리고 아직도 해내지못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국민 모두가 분노했던 바로 그 행태를 포기하셔야 합니다.
대통령님,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추도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과하셔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던 국가를 대표해 사과하셔야 합니다. 또한 참사가 벌어진 다음 반복되는 비열하고 천박한 행정과 각 기관의 기강해이에 대해서도 사과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께서 매번 강조하시는 상식이자,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한덕수 총리는 “참사 책임의 처음과 끝이 무엇이냐”는 외신의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쳤습니다. 어제 여론의 뭇매에 못이겨 기괴한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국격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의 마음이 온전히 무너져버리는 이태원참사 이후 최악의 장면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농담이나 해대는 국무총리에게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답변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를 감싸고, 국격을 훼손시키고, 국민들을 분노케하는 국무총리에게 경질말고는 다른 답변은 불가하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8년 전, 유가족들을 적대시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국가에 맞서 분노했던,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욱 절망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 도무지 며칠 째 잠이 들지 않습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조차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슬픈 대한민국의 한 명의 청년으로서 진심을 담아 호소드립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와 같이 슬픈 역사로 남지 않게끔 책임을 다해주십시오.
윤석열 대통령님, 부디 제대로 다시 시작해주십시오.
법전을 뒤지며 무엇이 불법이고, 무엇은 합법인지 가늠하는 검찰총장이 아니십니다.
국민통합의 가장 높은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안전에 관한 무한 책임이 있는 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그렇게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해주십시오.
2022년 11월 3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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