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8)뜨거운 일본 - 오건영에세이
최근에 일본 투자 관련으로 질문이 많으신 듯 한데요..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잠들어있던 일본이라는 거인이 다시 깨어났다는 논리에 기반한 바 큰 듯 합니다. 이를 증명하듯 일본 니케이 지수가 33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죠. 일본이 강세장에 돌입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일본에 대한 얘기를 좀 드려보죠.
우선 일본 증시 급등세를 해석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부러울 정도로 일본의 지표가 좋다는 거죠. 물론 과거보다 확연히 개선된 지표들도 보이고 있지만 매크로 지표에 대한 해석이 한 달 사이에 그렇게 크게 바뀔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입니다. 지난 4월 구로다 BoJ총재가 새로운 우에다 총재로 교체될 당시 구로다의 양적완화 실험이 실패했다면서 일본 경제 전체가 활력이 둔화된 것처럼 회자되다가 주가가 오르는 4~5월을 기점으로 해석이 180도 바뀌는 분위기죠. 지표의 개선 중에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간은 주가가 오르기에 그 지표들이 더 좋아보이는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나오는 얘기가 일본이 미국과 중국의 블록화 경쟁 속에서 상당한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논리죠. 블록과 과정 속에서 교역 대상국이 상당 수준 제한될 것이고 교역 과정에서의 마찰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치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수혜를 보았던 2017년의 베트남과 인도처럼 이번에는 일본이 반사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워렌 버핏이 일본의 상사 기업 주식을 매입했다는 얘기도 이와 맞닿아있죠. 개인적으로 이 얘기가 맞다면 일본 증시는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전고점을 넘어서는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의 주가 상승이 일본이 새로운 블록화 시대의 진정한 수혜자이기에 오르는 것인지를 신중하게 체크해볼 필요가 있죠.
일본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맞지만 말씀드렸던 것처럼 거대 담론의 변화를 소화하는 초입이기 때문에 이런 상승이 나타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죠. 또 다른 이유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엔 약세입니다. 일본 증시는 일반적으로 엔 약세 국면에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바 있죠. 2005년 고이즈미 당시 엔 약세와 함께 일본 증시가 크게 점프업했구요, 엔화가 강했던 10~12년 일본 증시는 매우 고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2년 하반기 아베노믹스의 등장과 함께 엔화는 엄청난 약세를 보였고 이는 일본 증시의 강세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죠. 2014년 11월에 있었던 2차 양적완화 역시 엔 약세와 함께 일본 증시의 점프업에 큰 도움을 주었던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달러 당 130엔을 밑돌며 강세를 보이려던 엔화가 다시금 달러 당 140엔까지 밀리면서 엔 약세 기조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구요, 이런 엔 약세가 일본 증시에는 큰 힘을 주는 듯 합니다.
엥? 지난 해에는 엔화가 달러 당 150엔까지 밀리면서 약세가 보다 강했는데.. 그건 뭘로 설명하지.. 라는 궁금증이 생기실 겁니다. 이게…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해지면서 엔화가 약해지는 그림이 지난 해에 나타났었죠. 문제는 금리 인상 영향으로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겁니다. 빠른 금리 인상이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죠. 그럼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수요 자체가 위축되니 수출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겁니다. 또한 국제 유가가 러-우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오르면서 일본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었죠. 유가 상승 발 인플레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엔 약세까지 이어지면서 물가 상승세가 강해지자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네… YCC를 폐지한다.. 금리를 인상한다.. 이런 얘기가 이런 두려움의 근원이 되었겠죠.
지금은 그림이 다소 다릅니다. 금리 인상이 빠르게 나타났음에도 미국 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죠. 그리고 국제 유가 역시 지난 해 배럴 당 135불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배럴 당 70불 수준으로 밀려 내려와 있습니다. 엔 약세가 수출 성장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죠. 또 하나는 달러 뿐 아니라 원화와 같은 다른 통화 대비로도 엔 약세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점입니다. 원엔 환율을 보면 지난 4월만 해도 100엔 당 1000원 수준이었는데요, 지금은 100엔 당 930원 수준까지 내려와있죠. 5년 래 최저 수준입니다. 엔화가 달러 뿐 아니라 원화 대비로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비가 강한 상황에서, 그리고 유가 안정으로 수입 물가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 상황에서 차별적인 엔 약세가 일본 증시에는 도움을 줄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런 엔 약세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우에다의 통화 정책입니다. 지난 4월 우에다로 교체된 이후 일정 수준 일본의 극단적 통화 완화 정책이 되돌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우에다는 현재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며 향후 통화 정책 변경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코멘트를 했죠. 미국의 금리가 재차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자금이 글로벌 금융 시장으로 다시금 쏟아져나오는데 도움을 준 케이스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된 것이죠.
정리해보면 일본 경제 펀더멘탈의 개선, 블록화의 수혜, 엔 약세, 그리고 극단적 완화 정책 유지 등이 지금 일본 증시 강세를 설명하는 요인들이 되는 듯 합니다. 다만… 우리는 엔 약세와 극단적 완화 정책이 이어질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죠. 지난 5월 말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긴급 회의를 한 차례 가지면서 이를 제어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바 있습니다. 어느 레벨까지 용인할지는 모르겠지만 과도한 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는 거죠. 엔 약세가 제한된 상황에서 일본 자산 시장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를 살펴보시죠. 강한 모멘텀을 이어간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블록화의 수혜… 이런 논리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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