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이슈모음

물가에 대한 최근의 논의를 보면 결국 얼마나 빠르게 물가가 안정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무열이 서로구독 구해요 2023. 5. 2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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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님 멘트 ㅣ 물가에 대한 최근의 논의를 보면 결국 얼마나 빠르게 물가가 안정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지난 해 6월 9.1%까지 높아졌던 미국의 CPI는 최근 빠르게 하락하면서 4.9%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1개월 만에 4.2%의 물가 하락률을 기록했으니 3개월에 약 1%가까이 물가가 하락했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는 연 2%죠. 그럼 현재 4.9%에서 2%로 가려면 약 3%정도 물가가 추가로 안정되면 되니까요, 3개월에 1%씩 물가가 안정된다는 가정을 깔면 9개월 후에는 2%를 하회하는 물가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연준이 무조건 기계적으로 2%물가 목표를 하회해야 방향을 선회하는 건 아닐 겁니다. 물가가 2%를 하회할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생기면 행동에 나설 수 있는데요,

그 행동을 우리는 “피벗”이라고 합니다.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드는 흐뭇한 단어죠. 위의 가정을 통해 본다면 연말 정도면 어느 정도 2%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구요.. 그 과정에서 연준이 피벗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요, 물가의 안정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죠. 지금까지의 물가 하락 속도는 시험을 따지면 30점 짜리 학생이 4개월 만에 70점으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의지를 갖고 공부해서 4개월 만에 점수를 40점 올렸으니 매월 10점씩 점수가 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현실이 1차 함수라면 매월 10점씩 점수는 올라갈 겁니다. 그럼 3개월만 지나면 바로 100점을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시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20점이 70점되는 것보다 70점이 100점 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요… 가장 큰 이유는요… 그 넘의 변별력있는 문제 때문이죠. 쉽게 맞추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제부터 만나게 되는 겁니다.

물가 역시 똑같죠. 전략비축유의 큰 폭 공급 확대를 통해 국제유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하면서 에너지 가격을 상당 부분 머금고 있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리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70불 수준까지 내려온 유가가 어느 정도 더 빠르게 내려갈지를 점치는 것은 쉽지 않죠. 아울러 70불을 하회하는 수준에서는 미국 역시 전략비축유를 더 많이 풀기 어렵죠. 가장 큰 이유는 OPEC+국가들의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입니다. 70불 언더로 유가가 내려오자 지난 4월 초 OPEC+는 감산 공조에 나선 바 있습니다. 국제 유가의 하방을 방어하기 위한 태세 전환이라고 할 수 있죠. 이른 바 OPEC+의 피벗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에 최근 미국 에너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죠. 잠시 기사 인용합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방송매체 CNN에 따르면 그랜홀름 장관은 이날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의회가 의무화한 전략비축유 2600만배럴 매각은 다음달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전략비축유 구매를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억80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매각했다. 현재 전략비축유 재고는 3억7200만배럴이다. 지난 1983년 이후 최저 규모다.(중략)

미국 정부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약 67달러(약 8만9000원)에서 72달러(약 9만7000원)선으로 유지되면 비축유를 매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이날 약 2% 하락한 배럴당 70.87달러(약 9만4000원)로 체결됐다.”(머니S, 23. 5. 12)

기사를 보시면 우선 첫 문단에서 미국 에너지 장관이 전략비축유 매각을 다음 달까지 완료한 이후 전략비축유를 다시 쌓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해 상당량을 매각했기에 현재 전략비축유가 1983년 이후 최저 규모라는 점이 두번째 문단에 나오는데요, 핵심은 세번째에 있습니다. 유가가 70불 언저리에서 유지되면 전략비축유를 다시 쌓을 것이라고 하죠. 유가가 크게 오른다는 점보다는 70불 언저리 수준이면 미국 당국에서도 추가적인 유가 하락을 위한 전략비축유 매각보다는 재매입을 고민한다는 겁니다. 경기 침체와 같은 추가적인 수요의 둔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공급 사이드 이슈만으로는 배럴 당 70불 밑에서는 국제 유가의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죠. 에너지 가격 하락 발 물가 안정의 효과가 향후에는 상당히 약해질 수 있습니다.

위의 시험 점수에 이 사례를 대입해보죠. 에너지 가격 하락이라는 어찌 보면 70점까지 올리는 동안에.. 난이도 낮은… 콘트롤이 가능한 문제는 이미 어느 정도 풀었다고 볼 수 있죠. 이 다음부터가 진검승부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진검승부를 도와주는 소식이 있죠. 렌트비의 하락입니다. 그리고 그런 렌트비의 하락은 높아진 금리로 인한 주택 가격의 하락이 도와주는 면이 분명히 있죠. 미국의 주택 시장이 다소 흔들렸기 때문에 주거 렌트비가 일정 수준 하락한 것은 사실이구요, 이게 계약을 통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 연준 파월 의장도 이미 지난 해 말부터 주거비 인플레이션 역시 일정 수준 둔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죠.

다만 여기서도 한가지 고민할 것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피벗 기대가 강해지면서 미국 모기지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고 하죠. 모기지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신규로 매입하는 수요가 다시금 늘어나면서 주택 가격이 바닥을 잡으려 한다는 소식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요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주택 시장에서 공급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합니다. 신규 주택 건설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구요.. 기존 주택의 경우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이들은 과거에 모기지론을 받아서 집을 산 사람들입니다. 미국은 고정금리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과거의 낮은 금리 모기지론이.. 그 천연기념물을 갖고 있는 거죠. 기준 금리가 올라도 고정금리로 인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 대출을 다시 받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천연기념물에 가까운 낮은 금리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지금 집을 팔 이유가 없는 겁니다. 기존 주택 판매가 부진한 이유는 수요 부족보다는 매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죠. 이 경우 주택 가격의 빠른 하락, 그리고 이를 통한 임대료의 의미있는 하락 역시 태클이 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업종 물가인데요… 슈퍼 코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여전히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소비가 강하게 이어진다면 슈퍼 코어가 재차 강해지는 흐름을 보일 수도 있겠죠. 파월 의장 역시 상품, 그리고 주거비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해서는 상당 수준 동의를 했지만 여전히 슈퍼 코어의 움직임이 둔하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죠. 네. 물가 상승률은 추가로 내려올 겁니다. 그렇지만 그 내려오는 속도는 4%언저리 선까지 내려오면 둔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빠른 물가의 안정을 바라보는 시장과 좀 더 신중하게 물가 안정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 중앙은행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환자들은 말합니다. 이거 금방 나을 것 같고.. 금방 퇴원할 것 같다구요… 그렇지만 의사들의 코멘트는 이런 기대와 사뭇 다르죠. 좀 더 지켜보자는 얘기를 많이 하곤 하죠. 환자와 의사의 차이가 물가를 대하는 연준과 시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저는 물가 안정의 속도… 그 이면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면에는요.. 물가가 안정된 이후를 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이후에는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왔던 것처럼 다시는 물가가 올라오지 않을 것인지.. 아니면 재발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현재까지 시장에서 이런 논의는 그리 많지 않죠. 문제는 인플레이션을 너무 오랜 기간 경제 체제가 앓게 되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될 수 있죠. 고질병은 치료도 어렵지만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네, 2%로 밀어내리기도 어렵지만, 2%로 내려간 이후에도 언제든지 튀어오를 수 있죠. 지난 70년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추이를 보면요, 70년대 초에 올라왔던 물가를 한 차례 퇴치한 후 물가가 다시 치솟으면서 75년의 높은 인플레를 보았구요, 이후 주저앉던 물가가 78년부터 다시 한 번 치솟았던 바 있죠. 그리고 이후 나타난 볼커의 강도높은 긴축 정책의 힘으로 이런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기절시키면서 40년 동안 봉인시켜놓을 수 있었던 겁니다.

물가가 언제쯤 2%로 내려올지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의 재발 여부입니다. 재발 여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플레가 고질병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죠. 이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최근 미니애폴리스 연은의 카시카리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이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죠. 인플레이션이 계속 고질병처럼 남아있게 되면, 연준이 높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이어갈 수 밖에 없고… 단기 금리인 기준금리가 높게 유지될수록 실물 경기 둔화 가능성을 높이며 장기 금리를 잡아내리게 되니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의 상시화… 이게 만드는 문제가 뭘까요? 네.. 지방은행의 줄도산이 실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인플레 고질병에 대한 코멘트를 기사화했습니다. 잠시 도입부분만 읽어보고 가시죠.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이 길어지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이 높은 물가에 둔감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물가가 고물가를 부르는 양상이다. 이 같은 모습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이어지고 결국 깊은 경기침체 등 더욱 나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뉴시스, 23. 5. 11)

네.. 결국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사는 현재의 물가가 언제쯤 연 2%로 수렴하는 가겠죠. 시장에서는 빠른 하락을, 연준은 그런 시장의 기대는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런 고민도 중요하겠지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목표치인 연 2%를 넘어선지 벌써 2년 2개월여가 지난 지금(21년 3월부터 연 2%를 넘었었죠)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으로 진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 이어져왔던 패턴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지난 40년 동안은 물가가 올라와서 이걸 누르면 빠르게 주저앉으면서 되려 디플레를 고민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기에 인플레가 눌리는 그 순간 빠른 태세 전환, 이른 바 피벗을 통해 돈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과거 40년과는 달리.. 마치 70년대처럼 재발에 또 재발을 한다면 어떨까요. 연준 역시 피벗에 있어 상당히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은 두가지를 기대하고 있죠. 빠른 피벗, 그리고 강한 피벗을 바라고 있죠. 9월부터는 금리 인하를 시작해야 하구요.. 내년 9월까지는 200bp의 금리 인하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준은 일단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죠. 이런 연준을 바라보며 냉소를 짓는 시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죠. “Fight the Fed!!”라구요… 그리고 역사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Don’t fight the Fed!!”…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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