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를 전제로 한 들러리 시찰》
“정부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계획입니다.”
불과 2년 전,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게 바로,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에게 명백히 전달했어야 할 입장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검증도, 평가도 없는 ‘시찰단’을 한일회담의 성과로 자부하며, 오염수 해양방출을 정당화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총리인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정부는 “후쿠시마 시찰단을 안전 규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조사위원 명단 공개를 두고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일본의 들러리를 서는 게 떳떳하지 않아서’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습니다. 명단 공개조차 꺼리는데 ‘최고 전문가’라는 텅 빈 자부심이 무슨 소용인지 의아합니다.
정부는 시찰단에 대해 “표현은 ‘시찰’이지만 현장에 가면 당연히 안전성 판단을 할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김칫국도 유분수입니다. 일본 측에서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여전히 긍정 회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합니다.
일본은 당장 올해 여름부터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합니다. 한국의 ‘과학적 들러리 시찰’발표 직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오염수 측정 대상 핵종을 29개로 축소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64개에서 30개로, 또다시 29개로 측정 대상 핵종을 줄이며, 필사적으로 오염수 방류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입니다. 오염수를 안전성 기준에 맞춰 제염해야 하는데, 안전성 기준을 오염수에 맞추는 꼴입니다. 한 마디로 “방류한다, 고로 기준을 낮춘다”는 식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전례없는 규모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이 지구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히 검증된 이후에야 처리수를 일본이 활용하든, 방류를 하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인데, 정반대로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핵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심사도 족히 수 년은 걸립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생태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된 방사능의 총량을 확인하고, 이 방사능이 생태환경에 미친 변화를 확인해야 합니다.
고작 며칠 ‘구경’하는 것으로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판단할 수도, 검증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 시찰단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면죄부’밖에 안된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속출하는 이유입니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시간표에 끌려다니기 급급한 윤석열 정부와 여당 말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민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끌려다녀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정말 그 목소리가 안들리십니까?
일본의 일방적 방류를 가로막을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우선, 정부의 대응 기조부터 국민 눈높이에 맞춰 상식적으로 바꾸십시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 지역에 충분한 저장 공간이 있음에도,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유일한 이유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 뿐입니다.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에 급급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인근 국가 모두를 위협하는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겠다고 겁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정부와 국민의힘 말대로, 오염수를 처리해서 깨끗한 처리수로 바뀌는 것이라면, 일본에서 농업용수든, 공업용수든 사용하라고 합시다. 물론 국민의힘이면 그렇게까지 했을지 모르겠지만, 자민당도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반인류적 범죄행위를 가로막을 국제적 협력도 추진해야 합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해양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할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위협입니다. 한국은 오염수 방류의 피해국가이자, 환경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적극적인 대응을 모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나아가 환경보전이라는 국제적 가치를 지키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시찰단을 보낼 시간은 있어도,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할 시간은 없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알고도 눈감아주는 반인류적 범죄행위에 동참하겠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빠르게 일본정부의 일방적 오염수 방류를 막을 국제적 협력에 나서십시오.
오늘 오후, 후쿠시마 시찰단에 대한 구체적 제반사항을 논의하는 실무진 회의가 개최된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검증도 평가도 안된다’고 밝힌 것에 이어, ‘민간 전문가 참여조차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협의가 가능한지, 시찰단이 가서 무엇을 하고 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들러리서기 위한 시찰단 파견 멈추십시오.
국민은 시찰단으로 오염수 방출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는 정부의 기만에 속지 않습니다.
문자 그대로 “전국민적 저항”을 직면할 각오가 아니라면,
후쿠시마 방류에 대한 ‘대승적 결단’중단하십시오.
2023년 5월 12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