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마지막 1년, 5월 국회를 패스트 국회로≫
용혜인님글
2023년 5월 2일, 5월 임시회의 첫 날인 오늘, 저는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1년의 과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지난 4월 내내 지난 3년의 국회, 지난 1년의 윤석열 정부를 되짚어보며 내린 결론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 이후, 대한민국 국회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지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단과 폭주 그리고 야당과의 최소한의 협치 거부, 거부권 남발 엄포는 지난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일들입니다. 여당 또한 어느덧 ‘윤심정당’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바로 이러한 정국 속에서,
1년 남짓 남은 제21대 국회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제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답은 <패스트 국회>입니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마치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국회 운영을
불법 혹은 문제적인 것인양 호도하지만, 이는 누워서 침 뱉기같은 행태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의 공약이었고, 제18대 국회의 마지막 날인 2012년 5월 2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회 운영을 선진화하자는 합의였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안건신속처리제도,
속칭 패스트트랙 제도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패스트트랙 제도는 심의 과정 고의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법사위에 회부된 안건은 240일 이후에,
상임위에 회부된 안건은 330일 이후에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물론 해당 기간 이내에도 합의를 통해
안건을 더 신속하게 처리할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즉 패스트트랙 제도는 일방적인 의사진행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 역으로 고의적인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인 것입니다.
패스트트랙 이외에도 상임위 안건조정제 및 상임위 본회의 직회부 제도 등 고의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제재하는 규칙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5월 2일 오늘은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 D-344일이 되는 날입니다.
즉 패스트트랙 제도를 고려한다면, 5월 임시회는 제21대 국회의 민생 개혁 입법 완수를 위한 마지노선인 것입니다.
정부, 여당이 논의조차 거부하는 각종 민생 개혁 입법의 마지막 기회가 5월 국회의 결정에 따라 열릴 수도 혹은 닫힐 수도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것입니다.
물론 4월 마지막 본회의에서 쌍특검 패스트트랙을 지정한 것처럼, 이미 일부 법률안은 패스트트랙 혹은 상임위 직회부라는 경로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패스트 국회>를 강조하는 것은, 민생 개혁 입법 완수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의 책무를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게 묻습니다.
이재명 당대표가 약속한
“합법파업보장법” 혹은 “노란봉투법”,
제21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할 것입니까?
더불어민주당의 2022년 정기국회 입법 과제였던
“평등법” 혹은 “차별금지법”,
제21대 국회 내에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습니까?
전임 박홍근 원내대표가 제안했으며, 최근 제가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은 제21대 국회의 입법 과제가 맞습니까?
이재명 당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횡재세”는 또 어떻습니까?
모두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기존의 입장을 보자면,
동의할 리 만무한 법안들입니다.
결국 개혁을 바라는 야당 대다수가 동의하지만, 윤 대통령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단’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정부여당이 반대하기에‘대승적으로 양보하는 결단’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여당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미래를 위한 개혁을 결단’할 것인지 말입니다.
6월이면 늦습니다.
5월 안에 제21대 국회의 절대 다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할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자 그대로 제21대 국회가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총선 투표일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5월 16일까지는 민주, 개혁, 진보 진영이 동의하고, 꾸준히 요구해왔던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여당이 발목을 잡더라도, 국회에서 해당 법률에 대해 표결한 뒤, 다음 총선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법사위에 회부된 안건은 그나마 3달 가량 시한이 더 있지만, 현실적인 총선 시계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그 기한도 큰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지난 4월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까지의 과정을 보며
더욱 5월이 중요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지난 쌍특검 패스트트랙 논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무슨 연유로, 무엇을 목표로
두 달이라는 기간을 밀고 당기는 밀실 협의를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뿐입니까. 많은 국민들이 그러하셨습니다.
앞으로의 개혁 입법 연대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광경이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패스트 국회>의 출발이 5월부터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1년, 원내대표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남은 1년 어려운 역할을 맡으신 각 정당의 신임 원내대표께 축하의 인사와 함께 <패스트 국회>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은 제안합니다.
5월 중, 일하는 국회, 민생 개혁 국회를 위한 <패스트 국회 연석회의>를 소집합시다.
매일 바뀌는 정세, 매주 나오는 정당 지지율,
매 국면 흔들릴 각 당의 당리당략 내려놓고,
5월에는 제21대 국회에서 처리할 민생 개혁 법안과 처리 방식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합시다.
주요 쟁점에 대해서 반드시 5월 중에 합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향후 300일에 가까운 토론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패스트트랙 지정 뿐만 아니라 법안에 따라 다양한 경로 또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제21대 국회가 어떤 법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폐기시킬 것인지,
혹은 300여일의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결론적으로 본회의에서 각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표결할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름이 ‘노란봉투법’이면 어떻고,
‘합법파업보장법’이면 어떻습니까?
‘차별금지법’이면 어떻고, ‘평등법’이면 또 어떻습니까?
수 년간의 시민사회의 요구와 논의가 농축되어 있으며, 또한 정당마다 각 법안들에 대한 대략적인 입장은 정리되어 있는 법안들입니다.
저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충분히 합의를 해나갈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한들, 결국에는 다시 헌법기관인 각 국회의원들이 최종적으로는 판단하지 않겠습니까?
<패스트 국회 연석회의>는 다시, 정치의 핵심 공간을 국회로,
정치의 핵심 의제를 국회로 되찾아 오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기본소득당의 이번 제안은,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폭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권 1년을 돌아보며, 민주, 진보진영 정당들의 개혁 연대가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겼습니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단결된 개혁에 대한 요구로 정부여당과 맞서야지, 언제까지 윤석열 정권의 철학도 없는 국정운영과 폭주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것입니까?
채 1년이 남지 않은 제21대 국회,
무능한 식물국회로 남을 것인지,
개혁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한 국회로 남을 것인지
5월에는 선택하셔야 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은 개혁 드라이브에는
늘 함께 가속페달을 밟아왔고,
‘기득권 야합’, ‘무능 협치’에는 늘 그래왔듯
가장 거세게 브레이크를 걸어온 정당입니다.
남은 1년 또한 그럴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2023년 5월 2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