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 글 ㅣ 아침에 출근하다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에세이를 쓰곤 합니다. 이렇게 추운 날은 따뜻한 토피넛 라떼를 한 잔 하곤 하죠.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실수로 주문 기기에 “ice”로… 입력을 했더군요. 추우면서도 시원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T.T 그래도 정신이 버쩍 나는 효과는 확실히 있네요.ㅎ
연간 전망 최종회를 올리려고 했는데 이게 분량이 만만치 않다보니 주중에 올리기에는 좀 부담이 큰 듯 합니다. 주말에 연결해서 올리도록 하구요.. 현안에 대한 대응도 필요할 듯 하여… 최근 몇 일 동안의 이야기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우선 오늘 새벽 연준 의사록이 발표되었죠. 연준 의사록의 핵심은 “비둘기의 실종”입니다. 적어도 2023년에는 일치단결한 모습으로 긴축을 이어갈 것임을 19명의 위원들이 선언을 하는 느낌이죠. 그리고 시장에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신경쓰는 분위기인데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결코 피벗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CB도 12월에 금리 인상 시에 75bp가 아닌 50bp인상을 했는데요.. 이 때 라가르드 총재가 이거 절대 피벗 아니라고 몇 차례 강조하곤 했죠. 이런 비슷한 분위기를 일본중앙은행의 구로다 총재가 만들었습니다. 10년 국채 금리의 상한을 0.25%에서 0.5%로 끌어올리면서 수 차례 강조했죠. 이거 절대 긴축 전환 아니라구요… 방향은 완전히 반대인데… 무언가 중앙은행이 반대 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반대 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했을 때 중요한 것은요… 중앙은행이 어떻게 얘기를 하는가보다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일본부터 볼까요? 0.25%의 상한을 0.5%로 올렸죠.. 가장 큰 이유가 0.25%상한에 딱 붙어서 국채 금리가 형성이 되는 겁니다. 네… 국채 금리가 더 올라가고 싶어서 난리도 아닌데.. 이걸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이면서 0.25%위로 금리가 올라오는 것을 제압해야겠죠. 그런데요… 이게 위로 뚫릴 압력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이걸 막기 위해 더 많은 화력이 필요한데 추가적인 화력 지원은 어려울 것 같은 겁니다(미국의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음을 느낀거죠)
그래서… 이걸 0.5%로 올렸는데요.. 문제는.. 금새 일본 10년 국채 금리가 0.49%까지 화악 따라붙은 겁니다. 네.. 더 올리라는 얘기죠.. 밀어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중앙은행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면서 이걸 0.4%로 찍어버렸답니다.. 이렇게 강하게 찍었는데.. 오늘 보니까 또 고개를 들면서 금새 0.45%까지 올라와있는 상황입니다. (이거 그리 어렵지 않은 얘기인데 칠판으로 하면 쉽거든요… 글로 쓰니까 어렵네요.. 흑) 이걸 버티기 어려우면 결국 일본중앙은행도 YCC상한을 추가로 끌어올리게 되겠죠. 그리고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하는 케이스도 고민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엔캐리와 맞물리게 되는데요… 엔화의 최근 움직임이 YCC상한을 바꾸기 이전과는 다소 다르게 움직이고 있죠. 안전 자산 엔화의 굴욕에서… 안전 자산의 귀환으로 바뀌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얘기는 이 정도 드리구요.. 이제 연준 얘기로 갑니다.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요.. 지난 12월 FOMC가 끝난 이후 분위기는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연준이 말하는 것만큼 더 높아지기도 어렵고, 오래 유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었죠. 금리 인상의 상단은 4.75~5.0%로 정도로 보고 있었구요… 올해 11월 정도부터는 되려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담빡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오늘 의사록까지 반영한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을 보면요… 6월에 5.0~5.2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60%이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그 직후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올해 3분기 정도부터는 금리 인하로 전환해서 올 연말 정도에는 현재의 기준금리 레벨보다 조금 높은 레벨, 4.5~4.75%로 되돌려질 가능성을 50%이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연준이 저렇게 난리를 부려도 성장 둔화 앞에서 결국은 양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담고 있는 듯 한데요… 연준 금리 인상 확률은 수시로 바뀌는 것이지만 적어도 시장이 연준을 바라보는 심리.. 그걸 읽기에는 가장 좋은 툴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 지금은 연준과 시장이 전형적인 동상이몽을 하고 있죠.
이런 동상이몽은 지난 해 내내 이어졌죠. 1%까지 올리면 맥스다.. 2%까지 올리면 맥스다.. 아니다 3%를 넘길 수 없을 것이다.. 라고 봤던 시장이 번번히 그 위로 밀어올리는 연준을 보면서 좌절하곤 했죠. 금리 인상 충격으로 하락했던 시장이 이제 다 왔다는 기대감으로 반등했다가 다시금 연준의 강한 스탠스를 확인하면서 좌절하고.. 기대로 반등하고 실망으로 좌절하고를 계속해서 반복해왔죠. 지금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설마 5%위로 올릴까.. 설령 올리더라도 바로 성장 둔화 우려를 키우면서 되돌릴 수 밖에 없을 거야.. 라는 기대가 연준 금리 인상 확률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시장이 연준에 굴복할까요.. 아니면 적어도 이번만큼은 연준이 시장에 딸려가게 될까요… 음.. 연준이 시장에 딸려가게 되면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그게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이어지게 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럼 인플레가 더 길어지면서 연준이 더욱 더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 이런 어려움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네.. 연준도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연준의 항복을 받아내고 싶은 시장과 그 반대편에서 시장을 어르고 달래고 겁주고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는 연준의 밀당이 올해도 계속될 듯 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딸려가면 금융 시장이 얼어붙고… 연준이 끌려오는 것 같다는 기대를 담으면 시장이 반색을 하고.. 이런 흐름은 올해도 상당 기간 이어지겠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