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 0. 인공지능 연구기업 오픈AI가 만든 ChatGPT가 출시 40일만에 하루 사용자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투자 리서치 회사인 Arc Invest는 이 서비스의 1월 22일자 사용자를 약 1100만명으로 예상했다.
현존하는 어떤 가입형 IT 서비스도 찍어보지 못한 압도적인 속도인데, 두 달 밖에 안되었다 보니 아직 안 써본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소스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에서는 벌써 ChatGPT와 연동되었거나, 연계를 모색하는 페이지가 6000개 정도 검색된다. 단순히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 이외에, GPT 시리즈의 2차 활용 속도도 상당히 탄력이 붙고 있다는 얘기다.(아직 안 써본 사람이 있으면 웬만하면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1. 최근 ChatGPT 관련해서 흥미로운 소식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ChatGPT와 몇 개의 공개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알아서 포스팅을 생성하는 자동 블로그를 만든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양반의 체험기에 따르면 평균 2000단어 분량의, 그럴싸한 영문 블로그글 20개를 생성하는데 약 1.56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개당 단가가 100원도 안 된다. 크몽 같은데 시키면 최소 5000원 이상일텐데 말이지.
다른 하나는 ChatGPT에게 메일링 윤문을 시키니까 지메일의 스팸필터를 잘 통과하더라는 한 블로거의 체험담이었다. 지메일은 메일 발신자 뿐만 아니라 메일 내용을 가지고도 스팸을 곧잘 걸러내는데, 사람이 쓰면 스팸으로 걸리던 게, 인공지능을 시키니까 안 걸리더라는 것이다.
2. 두 가지 소식을 조합하면 조만간 인공지능을 이용한 스패밍 비지니스가 자연스럽게 흥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인공지능으로 검색에 잘 걸리는 게시물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사람들의 주의력을 해킹하고... 쓰레기를 만들어서 남의 메일함에 던지고, 그걸 또 방어용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막고... 뭐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뉴스 겸 엔터테인먼트 기업 버즈피드는 지난 26일 ChatGPT를 도입해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이틀만에 주가가 325% 올랐다. 아무것도 한 게 없이 그냥 ChatGPT를 도입해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만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 회사는 15년 이후에는 AI가 버즈피드의 모든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3. ChatGPT 같은 서비스의 약점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운용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최적화된 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고, ChatGPT 역시 마이크로소브트의 에저 클라우드를 사용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인공지능 서비스가 늘어나게 된다면 꽤 많은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ChatGPT의 기본이 되었던 GPT-3가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는 초거대 모델로 화제가 되었는데 빠르면 올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GPT-4는 최소 1조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컴퓨터 리소스도 더 많이 먹을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인간의 주의력을 차지하기 위한 쓰레기 투척 싸움과 인공지능끼리 맞붙는 쉐도우 복싱에 더 많은 비용을 태울 수밖에 없게 된다. 아마도 비트코인 채굴 비용은 우스울 수준의 자원이 거기에 사용되지 않을까.
4. ChatGPT는 처음에 나왔을 때부터 장점이 있지만 한계가 명확한 서비스라고 얘기했었다. 두 달 정도 쓰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지만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서비스는 강인공지능으로 가기 어렵다. 다만 그와는 상관없이 산업적으로 큰 지형 변화를 불러일으킬것은 너무 명확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세 가지 정도의 결론을 내렸다.
- 엔비디아 주식 사야겠다...[...]
- 두 가지 의미에서 크립토 기업들은 앞으로 어렵겠다.
(1)투자금이 블록체인에서 돈 잘버는 AI로 몰릴 것
(2)채산성 안 나오는 프로젝트들은 노드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
- 봇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직업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95%는 3년 내에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두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