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 맨날 Chat Chat 거리는데 앞으로 ChatGPT 관련해서 무슨일이 벌어질 거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옹. 그렇지. 사실 내가 젤 관심이 많은 분야는 인공지능이나 콘텐츠가 아니라 바로 사회다. 개인적으로는 대략 다음의 흐름을 생각해본적이 있다.
1. 고숙련 노동자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생산성 업그레이드
2. 인공지능을 이용한 싸고 자극적인 정보의 압도적 범람
3. 저숙련, 중숙련 노동자 다수의 일자리를 인공지능을 쓰는 소수의 고숙련 노동자가 대체
4. 2에 해당하지 않는 고급 정보의 유료화
5. 노동 생산성 격차 확대
6. 빈부격차 확대와 시민 계급 분화
7. 기본소득 류의 사회 보장제도 확대
8. 인간 수명 연장
9. 고급 직업의 세습
10. 평등주의에 대한 회의감 확산
11. 정치의 약화
12. 사회의 분화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 가능성은 일단 본인의 직업과 전문성이 한국이라는 로컬 사회에 기반하고 있는지, 아니면 지역을 떠나서도 유지되는 종류인지를 생각해보면 쉽다. 전자는 6번이 오기전에 이미 곤란해져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쩔 수 없이 민주주의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공격한다. 시민의 수비라인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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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하게 '재미있는 일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꽤 여러 명에게서 듣게 되었는데 관련한 간단한 코멘트.
젊은 사람들의 경우 재미있는 일을 찾으면 좋겠고, 그래서 커리어 관련된 조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너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이것저것 열심히 경험해봐'라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다행입니다만, 저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주변에서 말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경험'합니다. 그리고도 여전히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고 하죠.
찾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찾는 대상이 틀렸기 때문입니다. 그 분들이 좋아하는 건 특정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자기 모습' 이거나 또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겁니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바람둥이는 좋아하는 이성을 찾지 못하는게 아니라, 계속해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성이 바뀌는 것과 똑같습니다. 물론 이러면서도 말은 "아직 마음을 확 끄는 대상을 찾지 못했다" 라고 이야기하게 되죠.
이런 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계속 바꾸는 것' 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속 바뀌는 것이 좋으면 성과를 창출하거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매우 어렵습니다. '경험 많고 호기심 많으니 유튜브 크리에이터 같은 걸 하면 되지 않을까?' 또는 '마케터하면 잘하겠다' 같은 소리도 듣겠지만, 크리에이터로 돈을 벌려면 유튜브 영상의 내용은 계속 바꾸더라도 '영상을 제작한다' 라는 일은 지속해야 합니다. 한두달 해보고 팔로워 수십만 모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마케터도 그냥 광고 카피 한줄 쓰는거면 몰라도 그게 아니라면 산업과 기술, 경쟁 제품도 이해해야 하고, 고객 데이터도 장기간에 걸쳐 들여다봐야 하고, 네트웍이나 평판도 쌓아야 합니다. 창의성이라는건 단기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장기간의 집요한 실천이 결합된 산물입니다.
상당기간이 되었는데도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찾지 못한게 아니라 새로운 것만을 좇는 것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나도 돈도, 지식도, 평판도, 네트웍도, 경험도 쌓이지 않습니다. 자산이 축적되지 않으면 레버리지 할 것이 없으니 매번 바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젊을 땐 재밌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치게되고,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타고난 것에 가까워서 절대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지금 하는 일 한달만 더 하자', '6개월만 더하자' 같은 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자기의 충동성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하는게 중요합니다. 살이 과다하게 찐 사람이 음식을 참고, 흡연자가 담배를 참으려고 하는 것과 동일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습니다.
좋아하는 일은 찾는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게 배우는 겁니다. 우리의 착각과 달리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게 아니라,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 일을 좋아하게 됩니다. 사람은 마음과 시간과 열정을 쏟은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게 아닙니다.
누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 라고 말하면 그 사람의 조언은 앞으로 계속 무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