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ㅣ TMI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 영어 되게 못한다. 근데 2달 전부터 영어로 된 작업에 큰 지장을 못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이 언어의 장벽을 95% 정도는 허물어준 느낌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1시간 짜리 영어 대담? 이전에는 아주 중요하지 않으면 통째로 볼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는 mp3로 만들어서 프로그램에 던지면 스크립트 추출부터 번역까지 1분도 안 걸린다. 실시간 대화도 채팅으로 하면 의사소통에 그다지 무리가 없는 수준... 이러다보니까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로 된 정보 출처에 손을 뻗게 되는데, 정보량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다.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다.
근데 이걸 경험해보니까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문해력이라는 걸 확실히 알겠다.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를 해독하는 능력이 아니다. 명료하지 않은 맥락이나 정보를 비추어 해석해가며 신뢰도 높은 인사이트를 추출해내는 능력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면 새로운 정보의 덩어리를 원물 그대로 덩어리째 받아들이지 못한다. 맥락의 연산이 버겁기 때문에 그중에 아주 명료한 정보들만 취사해서 받아들인다. 마치 현미의 껍질을 도정해서 백미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명료한 내용만 정보로 인식하고 나머지를 그냥 버리니까 애매한 정보가 많은 덩어리는 그냥 통째로 버리게 된다.
이게 왜 문제냐면. 정보의 부가가치는 애매한 것을 명료하게 해석하는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호기심도 이 영역에서 생겨난다. 난 한국어밖에 못하지만 아무튼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춘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방대한 영어 텍스트의 문해 과정을 도와주니까 궁금한 게 너무 늘어나고 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인공지능을 쓸수록 다음 세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나야 놀 게 없으니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에서도 맨땅에 헤딩하듯 어찌어찌 지금의 한국어 문해력을 갖췄지만, 지금 자라나는 친구들은 문해력 훈련을 하기에는 주변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지 않나. 문해력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인공지능이 있어도 가치있는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보는 것도 보람찬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