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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에 대해 기자들은 이렇게 얘기해주면 바로 이해하던데.

무열이 서로구독 구해요 2023. 4. 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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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ㅣ 0. ChatGPT에 대해 기자들은 이렇게 얘기해주면 바로 이해하던데.
"우라까이(베끼기)를 매우 빠르게 잘 하지만 '단독'은 전혀 없는 인터넷 매체라고 보면 됩니다."

별도의 가치판단 붙일 필요 없이 그냥 저 말 그대로다. 누군가에게는 인사이트 같은 매체가 유용할수도 있겠지. 누군가에게는 사용하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1.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고 있는 현상은 ChatGPT의 창의력과 관련한 논쟁에서 판단하는 사람의 창의력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창의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ChatGPT 정도의 창의력도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은 성에 안 차니 가볍게 평가 절하하는 식이다. 참 고약한 일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2. 인간과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는 지향성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있다. 여기서 지향성이란 단순히 특정한 지향(aboutness)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생물로서의 지향성을 말한다. 인공지능의 맥락화, 개인화 학습과는 좀 거리가 있는 얘기다.  

생물은 기본적으로 자기 보존과 행복 추구라는 지향을 가진다. 지능이 높은 생물은 여기에 자신이 유한한 삶을 가진 존재라는 자각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 이런 지향들은 그 자체로 일종의 편견이면서, 삶과 앎에서 많은 경로가 결정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환경이 이렇다보니 모든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족한 정보량을 가지고도 결단을 곧잘 내린다. 당연히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감당하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이런 속성이 있기에 진보하지 못하더라도 좌충우돌 하며 전진한다. 방향을 매우 좁혀서 판단하기 때문에 사고에 필요한 연산력 자체는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데도, 이따금씩 인공지능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추상화를 해 낸다. 인공지능은 이게 없다. 확신을 내릴수도, 그 확신에 뭔가를 걸 수도 없다. 옆에서 조잘거릴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결정해주지 않는다.

3. 그럼 그런 지향들을 인공지능에 프로그래밍 해주면 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우선 관계적인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지향은 곧 편견이고, 각각의 개체들에게 이 편견이 허락되는 이유는 그 편견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어떤 선택이나 정보 제공에 책임을 질 수 있나. 그런 간 큰 인공지능 제조사는 나오기 어렵다.

두 번째로 인공지능이 책임을 진다는 것의 의미를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은 유한한 생명을 갖고 있지도,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지운다면 아마 인공지능 자체를 삭제하는 것일 텐데. 이게 과연 인공지능에게 자발적으로 어떤 지향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일일까.

4. 사람은 경탄을 자아내는 존재에게 쉽게 물든다. 앞으로 거대언어모델 인공지능처럼 생각하는 방식이 유행할 것이다. 리스크 없이,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답이 무엇인지를 안전한 사회적 정답에 비추어 찾아가는 사고방식 말이다. 이들이 평범한 다수를 이룰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대일수록 주관에 따라 확신하고, 선택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들이 풍겨내는 매력도는 점점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일부 무개념한 기자들이 아무 글에나 '단독'을 붙여서 요즘은 의미가 다소 오염되긴 했지만, 그래도 단독은 아름답다. 앞으로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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