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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적은 바로 인플레이션이죠

무열이 서로구독 구해요 2023. 4.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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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님글 ㅣ 지금 미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적은 바로 인플레이션이죠. 물론 그 기세가 살짝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이른 바 40년만의 인플레이션, 40년 만에 나타난 괴물입니다. 이런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연준은 두가지 무기를 휘두르고 있죠. 바로 강달러와 고금리입니다. 물가 잡는데 고금리가 특효약인 것은 잘 아실 거구요…. 강달러를 통해서 수입 물가를 낮추고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각종 원자재 가격을 짓눌러줘야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죠. 네, 고금리와 강달러라는 두개의 검을 들고 인플레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인플레가 너무 강하다보니 이 두개의 검을 너무 격렬하게 휘둘렀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시설이 손상되거나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건 사고가 줄을 잇는 겁니다. 그런데요.. 이 괴물을 없애지 않는다면 나중에 더 강해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기에 지금 당장은 이런 고통을 이겨내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겠죠. 그런데요.. 그 피해가 너무 심해서 본인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무언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연준은 2개의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물가 안정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입니다. 연준은 이미 성장보다는 물가에 포커스를 두겠다고 천명한 바 있죠. 문제는요.. 이거 말고 숨겨둔 목표가 하나 더 있다는 거죠. 바로 금융 안정입니다. 금융 안정의 문제가 생기게 되면 연준도 이 때는 중장기적인 물가 안정을 논의할 때가 아닙니다. 당장 눈 앞의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뿌리러 나와야 하겠죠. 영국이 금리 인상을 하는 와중에도 국채 시장의 혼선이 생기니 양적완화를 재개했던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골키퍼도 1:1 상황이 되면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갈 수 밖에 없는 거겠죠. 결국 금융 안정이 문제가 되면 연준은 긴축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금융 안정이 문제가 되면 실물 경기가 둔화되는 침체가 찾아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물가가 하락하게 되겠죠. 그런데요… 이 물가가 공급 사이드의 문제라면.. 그리고 이 물가 상승을 유도했던 것들이 무언가 끈적거리는… 한번 올라가면 쉽게 낮출 수 없는 임금이나 서비스 물가 같은 것이라면 어떨까요… 성장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인해 빠르게 주저앉는데 물가는 생각보다 잘 내려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성장과 물가가 둘 다 주저앉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강한 경기 부양에 나서면 되는데.. 성장은 내려앉는데 물가가 생각보다 잘 내려오지 않으면 경기 부양을 위한 돈 풀기에 발목이 잡힐 수 있습니다. 제가 에세이에 쓸 정도라면 저 똑똑한 연준 사람들이 이를 모를 리 없겠죠.

결국 연준은 물가 안정을 타겟팅하되 금융 시스템 불안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가야하겠죠. 너무 빨리 달리게 되면 금융 시장이 한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금리를 빠르게 계속해서 올릴 것이다… 사정을 두지 않겠다.. 라고 하면 채권 투자자들은 채권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겁니다. 그럼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돌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데요…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국가 부채 증가로 인해 국채 공급이 늘어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국채 시장의 유동성 불안 이슈가 불거질 수 있겠죠. 국채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 혹은 주가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게 되면 숏 플레이어들이 정말 큰 힘을 얻게 될 겁니다. 두려움 없는 전진을 하게 되겠죠. 그럼 자산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이게 금융 시스템 불안을 만들게 되고… 이거 제어하려면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영국처럼 되려 양적완화를 해줘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제압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죠.

고금리와 강달러로 싸우고 있는데.. 금융 안정이 문제가 되어 손에 사정을 두려하면 어느 새 저금리와 약달러로 바뀌어버립니다. 금리 인상 멈추겠다고 하니… 시장이 환호하는 거죠. 그럼 저금리와 약달러는 다시금 인플레이션을 밀어올리는 문제를 만들어내죠. 그럼 어케해야 하는 걸까요? 고금리와 강달러로 가자니.. 금융 시스템 불안이 커질 듯 하고… 이걸 막기 위해 방향을 틀자니 저금리와 약달러로 인해 인플레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되는 겁니다.

연준은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긴축 완화를 하면서도 긴축을 강화하는 것이죠. 이게 뭔 소리냐.. 라는 생각이 드실 듯 한데요… 일단 긴축을 세가지로 쪼개는 겁니다. 얼마나 빠르게 올릴까.. 얼마나 높게 올릴까…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할까.. 의 세가지 담론으로 긴축을 분해해버리는 거죠. 그런 다음에 쉴 새 없이 두들기면서 계속해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던 첫번째 이슈… 4차례 자이언트 스텝을 시연했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장이 이걸 긴축의 완화로 받아들이면서 빙긋 웃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겠죠. 이를 견제하기 위해 최종 금리 레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구요… 그 높은 수준의 금리가 꽤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 말하는 겁니다. 빨리 올리고 빨리 내려줄까… 아님 천천히 올리고 천천히 내려줄까..의 갈림길을 제시하는 거죠. 와.. 이거 어려운 퀴즈네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고금리 처방에도 불구하고 제압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연준은 보는 듯 합니다. 장기전에 돌입해야 한다면… 그리고 러-우 전쟁 같은 복병이 있다면… 그리고 부작용이 너무 크다면 장기전을 위해… 긴축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죠. 여기서 너무 빨리 달려서 괜히 금융 안정 건드리면 긴축을 되돌려야 하는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고속도로에 가다 보면… 10분 빨리 가려다가… 라는 표어가 보이죠. 천천히 가면 변화를 주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죠. 이렇게 해서 장기전을 훌륭히 수행하려는 겁니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을 제어하면서 높은 금리를 꽤 오랜 기간 유지한다면 충격 최소화와 함께 긴축을 해나가게 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금융 시장에도 일방적 긴축을 통해 힘을 얻고 있는 숏 플레이를 견제함과 동시에 장기 긴축으로 바이더 딥의 심리 역시 콘트롤하려는 목적인 듯 합니다.

3주 전 에스더 조지 총재의 코멘트에서… 그리고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의 코멘트에서는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있었죠. 파월 의장은 속도 조절이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고 과다 긴축의 부작용과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를 함께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역사를 언급하면서 스톱 앤 고를 가려 하지 않죠. 후퇴를 하는 것과 장기전에 대비하면서 전열과 보급로를 정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네.. 스톱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얘기겠죠. 무리한 속도전도… 어리석은 후퇴도 아닌… 천천히 오랜 기간 옥죄어 들어가는 전략… 연준이 바라보는 시각인 듯 합니다. 실제 연준 금리 인상 확률에서도 이런 연준의 의도를 읽으면서 내년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네요. 바로 앞의 부담은 줄이면서 그 부담을 뒤에 장기간 퍼뜨리는 모습입니다.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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