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글 ㅔ FOMC 이후 마켓 분위기가 상당 수준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그나마 반등 기미를 보이던 뉴욕 증시도 재차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구요, 그 중에서도 강세를 보이던 다우 존스 지수 역시 하락 전환한 상황입니다. S&P500지수는 다시금 3900선을 하회하고 있죠.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이 충격을 받을 때의 공통점은 그거였던 것 같습니다. 연준과 시장의 서로간의 인식의 괴리.. 시장은 연준이 절!대! 성장을 포기 못하고… 언제든 피벗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구요.. 연준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물가를 바라보면서 긴축의 강도를 더욱 더 올려갔죠. 설마 저 새가슴 연준이 저렇게 긴축을 한다고?? 하더라도 화들짝 놀라서 바로 금리 인하로 돌아설거야.. 버텨 버텨!! 라는 시장의 반응과 40년 만에 강해진 괴물인 인플레이션을 맞상대하는 연준… 그러다보니 연준은 시장을 계속해서 놀라게 만들고 있죠. 안일하게 연준의 금리 인상은 거의 끝났다라는 생각을 하던 시장이 재차 긴장하는 상황.. 이게 올해 내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거 있죠. 정말로 하기 싫은 등산을 하는데… 하산하는 분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죠. 거의 다 왔어요.. 라는 얘기.. 그럼 정말 기대를 크게 하게 되죠. 그런데.. 와… 사실 거의 다 온 게 아니었던 겁니다. 거기서도 2~3시간을 더 가야한다면?? 네.. 그럼 속으로 “다 왔다면서 어떻게 된거냐”라며.. 더욱 더 크게 지치지 않을까요. 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긴축에서 견디기.. 그러니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15년간은 조금만 긴축 때문에 괴로워해도 연준은 바로 피벗으로 돌아서곤 했는데.. 이번에는 돌아서지 않고 되려 스탠스를 강화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FOMC가 끝난 이후의 분위기를 봐도 느껴지는 것이 연준에 대한 원망.. 혹은 연준이 너무 오버하고 있다는 코멘트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실제 연준은 아무런 근거없이.. 물가가 안정되고 있음에도 쓸데없는 오버를 하고 있는 것일까요..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연준이 해온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오버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선 연준이 두려워하는 것은요…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는 것이죠.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면 사람으로 따지면 당뇨병과 같습니다. 증세가 완화는 되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것이죠. 언제 퇴원해요… 라는 질문과.. 언제 완치가 되나요.. 라는 질문은 전혀 다르죠. 퇴원은 당장 내일 할 수도 있겠지만 금새 재발해서 1개월 후에 다시 들어와서 또 입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이라는 홍역을 제대로 앓고 있는데요… 이런 인플레를 상당 기간 앓게 되면 이게 고질병이 되어 버려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지금 코로나 7차 대유행이라고 합니다. 확진자가 7만명에 육박하고 있죠. 이제는 지겹게 느껴지지 않나요? 약간은 이제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듭니다. 혹시.. 인플레 7차 대유행…이라는 단어는 가능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오랜 기간 인플레가 이어지면 연준을 포함, 중앙 정부는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그 어떤 것도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낼 수 없습니다. 쏟아내는 순간 영국과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되죠. 물가가 급등을 해버리게 되는 겁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하고… 경기부양금을 쏟아내고… 이게 가능할까요.. 물가가 안정되어 있더라도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이 되면… 금리 낮추는 등의 경기 부양책을 쓸 때마다.. 과거에는 고개를 들지 않던 인플레이션이 바로 고개를 빳빳하게 쳐드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네..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는 것… 이건 그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막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진짜 Whatever it takes입니다. 그 무슨 희생을 치루더라도 디플레가 고질병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던 2012년 신트리에서의 드라기와 비슷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 인플레 고질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오랜 기간 인플레라는 병을 앓게 되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인플레 심리가 자리를 잡게 되겠죠. 그럼 여기서 어려운 단어가 나오죠. 오랜 기간… 이라는 단어.. 그 기간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 인플레라는 병을 미국 경제는 지난 해 3월부터 앓고 있었죠. 그럼 시간으로만 따지면 1년 10개월 째 앓고 있는 겁니다. 1년 10개월 동안 강한 기침을 앓고 있다면…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 고질병이 될 가능성.. 상당히 높은 것 아닐까요. 지금 당장 고질병은 아니더라도… 이 상태에서 빠른 치료를 하지 않으면… 빠른 인플레 제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질병이 될 확률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높아지게 되지 않을까요. 최악은 이미 고질병이 된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만.. 연준은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
여기서 바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고질병이고 뭐고… 이미 인플레는 꺾였는데.. 뭐가 문제인데.. 라는 생각이 바로 그거죠. 국제 유가가 하락했고 cpi는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그 높다던 렌트비도 지금은 높지만 질로우를 보면 하락 추세가 완연하다고 하는데.. 연준은 이런 것도 모르나.. 라는 생각.. 미국 현지 매체들도 이런 얘기를 하고 있죠. 일단 답은요.. 연준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30일 금융 시장을 환호하게 했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의 파월 인터뷰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밝혔죠. 물론 외신 보도에서는 파월이 강조했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견해보다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12월부터도 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시장을 파티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만들어주었더랍니다. 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3가지로 나누게 됩니다. 상품, 주거비, 그리고 서비스에 관련된 인플레이션이죠. 한국은행 워싱턴 지사에서 발간한 리포트에 해당 내용이 담겨있으니 인용합니다. 꼼꼼히 읽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핵심상품 인플레이션, 주택서비스 인플레이션, 주택 제외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 등 세가지 구성 항목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는 것이 유용
- 핵심 상품 인플레이션은 2022년에 걸쳐 매우 높은 수준에서 하락(중략)
- 주택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상승하여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내년 중에는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중략)
- 주택 제외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뚜렷한 추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음
동 항목은 의료, 교육, 접객업 등 광범위한 서비스 부문을 포함하며 근원 PEC물가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가장 큰 항목이므로 향후 근원 인플레이션 방향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며 임금이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노동 시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중략)”(파월 의장의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및 질의응답 주요 내용, 한국은행, 22. 11. 30)
네.. 우선 3가지로 나누는 것이 첫 문단에 나오죠. 그 이후를 보시면요.. 상품 인플레는 이미 하락 중이라고 하고 있구요.. 주택 임대료 관련 인플레는 지금은 높지만 내년 중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얘기가 나와있답니다. 네.. 연준도 알고 있죠. 임대료가 내년에는 내려온다는 것을요… 그럼 왜 망설이고 있는 것인가.. 라면 마지막에 나옵니다. 주택 제외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복병이라는 겁니다. 이 넘은 근원 PCE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서비스 인플레의 기저에는 임금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여전히 미국의 노동 시장이 뜨겁고… 이달 초 발표된 지난 11월의 고용 지표만 봐도 임금 상승률이 전월 대비 0.6%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거 연으로 환산하면 0.6% * 12개월이니까 7.2%가 되는 거죠. 이게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면… 다른 2가지 분야에서 인플레가 낮아지면서 당분간은 인플레이션의 안정은 가능하겠지만… 7%가 아니라 4%대 소비자물가지수로 내려오게 되면 이런 임금의 하향 안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인플레의 추가 안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얘기가 됩니다. 시간이 걸린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1년 10개월 동안 인플레를 앓아온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을 앓게 된다는 의미인데.. 그럼 설마.. 고질병… 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닐까요.. 임금은 다른 인플레 요소들과는 달리 한 번 올라가면 정말 쉽게 내려가지 않습니다. 여전히 미국 노동 시장에서는 구인이 1000만명인데… 구직을 위해 대기한 사람들이 600만명 정도죠. 네.. 인력의 공급은 적은데… 인력의 수요는 넘칩니다. 임금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개연성이 여전히 높구요.. 연준도 이를 걱정하고 있는 거겠죠.
그럼 왜 미국의 노동 시장이 이렇게 뜨거울까.. 왜 미국의 노동 시장에는 일자리는 많은데… 인력의 공급이 부족할까.. 그 넓은 땅에..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부족한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되죠. 여기에 대해서도 파월 의장은 답을 제시했더랍니다. 추가로 인용합니다.
“의회 예산국은 팬데믹 이전에 전망했던 노동자 수 성장세와 비교할 때 현재 노동자수는 약 350만명 적으며, 이는 예상보다 낮은 인구 증가, 낮은 노동참가율 등을 반영한 수치임.(중략)
노동자 부족을 요인별로 분해하면 다음과 같음
- 대규모 조기 은퇴 : 연준의 최근 연구는 고령화에 기인하지 않는 대규모 조기 은퇴가 현재 노동자 수 부족분인 350만명 중 200만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
고령자 대규모 조기 은퇴가 발생한 것은 코로나로 인한 건강 상 이유, 팬데믹 초기 대량 실업, 높은 취업 탐색 비용, 2020~21년 중 주식 및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중략)” (파월 의장의 브루킹스연구소 연설 및 질의응답 주요 내용, 한국은행, 22. 11. 30)
네.. 과거(팬데믹 이전)보다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 수가 약 350만명 적다고 나오죠. 그 원인으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조기 은퇴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왜 조기 은퇴를 했는가.. 그 이이유에 대해 인용문 마지막 문단에 나오는데요… 건강 상의 이유… 팬데믹의 영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20~21년 주식 및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즉.. 주식과 집값 상승으로 돈을 꽤 벌어들인 미국인들의 은퇴 역시 여기에 해당되는 거겠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면.. 당연히 노동의 공급이 부족합니다. 그런데.. 노동의 수요가 넘치면… 노동의 가격이 오르게 되겠죠. 네.. 노동의 가격이 바로 임금입니다. 여전히 임금이 추가로 높아진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겁니다.
파월을 비롯한 연준은 지금 이런 임금의 상승이 서비스업 물가를 상당히 탄탄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물가지수를 끌어내는 것을 어렵게 하며… 그로 인해 시간이 끌려가면… 인플레가 그 무섭다는 고질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 이게 가장 두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첨언드리면… 자산 가격의 상승이 노동력 공급에 영향을 주었다는 연준의 정식 코멘트는… 이번 브루킹스 연구소 인터뷰에서 처음 들은 것 같습니다. 자산 가격 상승이 노동에 영향을 주고.. 이게 임금을 끌어올린다면… 자산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제압에 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되는 것 아닐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향후에 추가로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성장과 지속가능한 성장은 다릅니다. 둘 중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훨씬 더 중요한 명제라고 할 수 있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플레가 고질병이 되는 것을 제압해야 할 겁니다. 생각보다.. 지금 연준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머뭇거렸다가 고질병이 되는 게 더 무서운 일이 될 수 있죠.
반대편의 시장 역시 탄탄한 논리를 갖고 있죠. 여기서 더 나아가게 되면 성장 둔화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 단순히 경기 침체의 두려움보다는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예전에 영국 관련 에세이에서 그 말씀을 드렸던 바 있습니다. 돈 풀기를 고대하는 시장은 그 무엇을 희생하건 돈을 받아내고 싶습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침체를 인질로 해서 돈 풀기를 요구했다면 이번에는 금융 시스템 안정을 담보로 돈 풀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 하네요.
시간이 많지 않은 연준과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시장의 동상이몽… 지금의 형국입니다. 향후 전개 방향… 저 역시 궁금합니다.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