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님글 ㅣ 전일 에세이에서 일본의 YCC 밴드 상향 조정에 대한 말씀을 드렸죠. 왜 일본이 그동안 버티고 버티던 YCC를 조절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전해드렸습니다. 결국 그거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면 현재와 같이 외환 시장 개입이라는 임시방편(?)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했던 겁니다. 오늘 에세이에서는 YCC의 조절이 주는 효과에 대해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우선 첫번째는요.. 일본은 지난 08년 금융 위기 이후 계속해서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갔습니다. 실제로는 그 시계열이 더 길 수 있는데요… 06년 4월에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바 있거든요…(그 때 분위기가 지난 화요일 분위기와 비슷했습니다) 그러다가 08년 금융 위기를 맞이하고 제로 금리 전환한 이후 12~13년을 거치면서 극단적인 양적완화로 밀어붙였던 거죠. 그리고 이런 아베노믹스는 2016년 1월 상당한 위기를 맞게 되죠. 당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했는데.. 이게 거대한 역효과를 가져오면서 더 이상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를 사게 됩니다. 격렬한 시장 떨림이 나타났는데요… 간신히 그 해 9월 YCC를 도입하면서 안정 궤도에 돌입할 수 있었죠. 이후 2018년에 한 차례 상향 조정을 제외하고는 금융 위기 이후 15년 동안 완화적 통화 정책을 이어왔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바꾸고 있는 거죠.
간신히 안정을 잡아줬던 그 프로그램.. 어떻게 잡은 안정인데…이걸 풀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런 느낌 있죠. 군대 때 얼차려 받을 때… 간신히 편한 포즈를 잡았는데.. 코가 간지러워서 포즈를 바꿔야 하는 그런 느낌.. 어떻게 잡은 균형인데… 그걸 깨야 할 정도로 코가 간지러운거죠. 그러다가 낭패를 보는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예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T.T) 15년만의 반대 방향으로의 전환, 그리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형성했다가 정말 깜놀하게 만든 전환… 이게 이번 일본은행 정책 변화의 핵심이겠죠. 시장은 언제든 새로운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게 될 겁니다.
금리가 0.25%를 상단으로 더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대출 받을 때.. 영끌할 때 부담이 한결 덜하지 않을까요. 당장의 이자 부담도 문제지만.. 앞으로 변동 금리인데 금리가 더 오른다면 영끌의 리스크가 너무 커지는 거쟎아요. 고정 금리나 고정 환율이 주는 안정감은 상당합니다. 가격의 변화가 없기에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 경제 주체들이 행동에 자신있게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요… 이번에 서프라이즈를 주었죠. 그럼 다음 서프라이즈는 없을까요? 금리가 한 번 올랐죠. 그런데.. 다음에는 금리를 올릴 수 없을까요? 0.25% 상단에서 간신히 버티던 일본 금리가 0.5%로 변경하자 한 순간에 튀어 올랐답니다.(물론 전일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 국채 매입으로 눌러버렸지만요..) 한 레벨 올려도… 금방 차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죠. 미국 금리가 5%에 달하는데… 일본이 여기서 이번 0.25% 올린 것만으로 끝낼 수 있을까요. 아닐 수도 있다면.. 그리고 그 경우 언제든 금리의 상한을 또 높일 수 있다면 그 불확실성이 크기에 저금리를 이용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되죠.
엔캐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금리에 약세 통화인 엔을 빌려서 그걸로 해외의 고금리 강세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거죠. 저금리에 빌려서 고금리에 투자하니 금리차를 먹는 효과가 있구요.. 약세통화인 엔을 팔고 강세 통화인 다른 국가 통화를 사들이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일본의 금리가 높아지는 겁니다. 저금리가 마냥 저금리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럼 추가로 엔 캐리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투자는 내가 산 것을 뒤에서 누군가가 사주는 게임인데요…뒤에 투자 자금이 더 들어오지 않는다면… 기존에 투자되었던 자금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이른 바 고립무원의 느낌 아닐까요? 이 경우 미국 금리 인상, 혹은 신흥국 불확실성 확대 등의 리스크에 엔캐리 트레이드가 바로 반응할 수 있겠죠. 기존에 투자된 자금들이 빠르게 일본으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이자 차익이 줄어들고… 엔 캐리가 청산되면서… 해외 통화를 팔고 엔화를 사서 본국으로 되돌아오니… 엔 강세가 나타나게 되는 거쟎아요. 그럼 엔 약세를 기대하고 투자에 돌입했던 엔캐리는 더욱 난감해집니다. 그럼 환차손까지 겹치니 엔캐리의 청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죠. 안전 자산의 굴욕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약세를 이어갔던 일본 엔화가 양방향으로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금융 시장 환경에 엔캐리 청산 가능성이 열렸다는 하나의 변수를 더 얹혀주는 격이네요.. T.T
특히 내년 4월 구로다 중앙은행 총재가 변경되면서 새롭게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이 야마구치인데요… 야마구치는 금리를 정상화하는데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사람 하나가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로다 총재 하에서 변화의 시그널이 나타났다면 이후의 변화는 더 빨라질 수 있겠죠. 일본 엔화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
음.. 주중 에세이에 무언가 원리를 쓰려니까 글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가.. T.T 간단히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봅니다. 환율에서 중요한 건 성장과 금리입니다. 특정 국가의 성장이 강하면 해당 국가 통화가 강세를 보이곤 하죠. 특정 국가 금리가 높아도 그 국가 통화가 강세를 보이곤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다른 국가 통화의 움직임이죠. 한국 원화의 경우 엔화와 위안화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모습을 종종 보입니다. 엔화 강세가 나타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이런 엔화의 움직임을 추수하면서 원화 역시 강세를 보이곤 합니다. 다만 다소 거룩하게(?) 느껴지는 성장과 금리 요인이 중장기 환율 결정 요인이라면(주식으로 따지면 펀더멘털이죠) 이런 다른 국가 통화 움직임을 따르는 것들은 모멘텀 요인처럼 단기 요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단기로는 달러 대비 원화에 강세 압력(환율 하락)을 주게 되죠.
그런데요… 달러가 참 독특한 통화죠. 달러 스마일이라고 해서요… 미국 경제가 좋을 때도 강세이지만… 안전 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강세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본 중앙은행마저 유동성 공급을 줄이게 되면 실물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되지 않을까요.. 이는 시차를 두고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안전 자산의 선호는 일시적인(?) 달러 강세를 만들어내곤 하죠. 네.. 안전 자산의 굴욕이라고 불리웠던 엔화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런 엔화의 강세가 단기로는 원화의 강세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달러 스마일을 건드렸을 때는 반대 방향으로의 전환 역시 가능할 수 있음을 전해드리면서 오늘 에세이를 줄입니다. 감사합니다.